윗치, 윗치 완더

윗치, 윗치 완더, 윗치 완더 휘슬 이제 곧 세상이 끝난다고 한다 그래서 윗치는 완더한다 위치는 휘슬한다 휘슬은 들린다 그래서 위치는 완더한다. 완더는 아무것도 모른다. 물이 가득 찬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시간당 530시버트나 되는 방사능이 방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은 겨우 10시버트의 방사능에 노출되어도 금새 죽는다고 한다. 방사능을 견디도록 특수 설계된 로봇도 물이 찬 방에 들어가면 두 시간만에 고장난다고 한다 로봇의 수명은 두 시간이다. 사람의 수명은 약 1분 6초다. 물이 찬 방에 방사능이 없어도 대충 그렇다 이제 곧 윗치가 휘슬한다고 한다

들리니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카운트다운 소리가 저녁 5시마다 울려퍼지는 종소리 너머 까마귀 울음 소리 라디오 뉴스 소리 오다이바에서 오픈워터 수영장 테스트를 실행했대 선수들이 물에서 변소 냄새가 난다고 항의했다고 하더군 그런데 수질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로 대장균이 다량 검출되었다. 마오쨩이 그랬잖아 오다이바 물은 완전 똥물이라고

네가 놀러왔던 우리 집은 월 5만 엔의 6조 반 다다미 방.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흔들리던 낡은 집, 록킹 록킹, 나무로 만들어진 벽을 치면 헐벗은 소리가 났고 그 집에서는 일곱 명의 여자들이 모여 살았다 내 옆에는 중국인 유학생, 밑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갓 돌아온 일본인 워홀러, 건너편에는 모든 물건을 비닐봉투에만 싸서 보관하는 공장 노동자, 맨 끝의 작은 방에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바뀌는 거주자 등등

어쨌든 우리 집은 지진이 날 때마다 참을 수 없이 흔들렸는데 어느 날, 강도 6의 지진이 어딘가에서 발생했다는 재난 경보가 울리는 거야 나는 재빨리 책상 밑으로 대피했지 방이 조금만 흔들려도 욕조에 물을 한가득 받아 놓는 버릇이 있다던 논쨩을 떠올리면서 논쨩은 센다이 현 출신이잖아. 록킹 록킹

하지만 재난 경보가 울린 지 몇 분이 지나도 내 방은 흔들리지 않고
나는 속으로 숫자를 센다 이치 니 산
고쥬로쿠 고쥬시치 고쥬하치

하지만 결국 방은 흔들리지 않고, 나중에 이 일을 재미있어 하며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솔직히 언제 대지진이 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다들 불길함을 기다리기만 할 뿐이군요 사람들은 그 얘기를 재미있게 하는 나를 불길하게 쳐다봤다 록킹 록킹, 내 방은 록킹 보트, 롤링 롤링, 바닥에 던져 놓았던 방재 책자를 잊지 마 우리 동네는 매일 흔들려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신발을 신을 시간을 아끼려고 일본 사람들은 방에서도 슬리퍼를 신는 걸까? 비슷해 창문이 깨지면 슬리퍼를 신고 대피해야 하잖아. 논쨩은 또 욕조에 물을 가득 받고는 나에게 욕조에 담긴 물을 먼저 써 달라 부탁한다

도쿄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갓 친해진 친구 두 명과 신 올림픽 경기장이 지어지고 있는 공터에 간 적이 있어 아무것도 없는 공사현장은 문이 잠겨 있어서, 홈리스들이 좀비 분장을 한 채 그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자물쇠를 열어 버린 거야. 아니 글쎄 비밀번호가 0000이었던 거 있지. 하지만 그 좀비들은 빤히 열린 공사 현장으로 침입하지 않는다 그들은 올림픽으로 인해 삶의 장소를 잃어버린 사람들 그러나 공사 현장을 점거하지 않는다. 문을 다시 닫아요! CCTV가 있단 말이에요! 좀비들 중 하나가 소리쳤고, 굳게 잠긴 문을 열었던 이는 그 문을 다시 잠근다 좀비들은 얼굴의 분장을 지워 내고 각자의 거처로 돌아간다 센다가야 역 근처로 시부야의 터널 밑으로 아사쿠사의 뒷골목으로 스미다 강 근처에서 제일 값싼 방으로 윗치, 윗치 완더

올림픽 경기장이 금방 완성된다는데 말야, 도쿄에서 벗어나는 광속 베셀에 타서 뒤를 돌아보면 경기장이 생기기 전의 공터 밖에 보이지 않는 거야 내가 도쿄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빛처럼 멀어지고 있거든 그러니까 뒤를 돌아보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여. 록킹 록킹, 내 방은 록킹 호스, 롤링 롤링

구석에 숨겨 놓았던 방재 책자를 잊지 마 우리 동네는 매일 흔들려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는 유리카모메선 그 멀리서 보이는 귀신 같은 도쿄 타워 후지테레비에 박혀 있는 보물 구슬 사토 신지의 휘파람 소리 갑자기 울리는 SOS 이 모든 것이 윗치, 윗치 완더. 오다이바 인공 해변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렀을 때와 다름 없이 완전 똥물일 것이고 그나마 굴껍데기의 무덤은 사라져 있을 것이다 너는 인공 해변에 발을 담그고 기형의 말미잘과 게를 건져낼 것이다 똥물 밑에 우리의 미래가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내가 도쿄에 있었던 마지막 밤처럼.

(2019)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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