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이 결국에는 너를 찾아낼 거야

다니엘 존스턴이 죽었다
2019년 9월 10일 향년 58세였다.

다니엘 존스턴이 죽어서 이 시를 쓰려고 세탁도 하고 세수도 했다

그러고는
다니엘 존스턴을 닮은 옛날 친구한테 다시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관뒀다
다니엘 존스턴이 죽었다는 소식에 그 친구도 내게 연락을 망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니엘 존스턴은 텍사스 오스틴의 맥도날드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노래를 만들고 자기 노래가 실린 카세트를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 노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넌 왜 그렇게 이상해
우린 네가 하는 게 싫어
아무도 그걸 좋아하지 않을거야
라는 노래를 카세트에 실었으니까

다니엘 존스턴은 평생 악마를 무서워했다
싸구려 오르간을 마구 치면서 악마에 쫓기는 노래를 녹음했는데 카세트에는 건반을 누르는 소리까지 그대로 들어가 있다 건반을 누르는 소리가 오르간 소리보다도 더 크다

옛날 그 친구도 다니엘 존스턴처럼 뚱뚱했고 말을 더듬었다
우리는 같이 밴드를 했는데 언제부턴가 말을 더듬지 않고 여자친구도 사귀었었다
한 번은 결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다니엘 존스턴처럼

다니엘 존스턴이 죽었다
꿈을 가져야 해
꿈이 없으면
어떻게 꿈을 이루겠니
라고 노래를 부르던

외롭고
악마에 쫓기며
진정한 사랑이 결국에는 너를 찾아낼거야
라고 노래를 부르던

(2019)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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