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
이장한 묘 앞에 서서 합장하며 허리를 숙이고 있는 친척 어른을 멀리서 본다 잘 모르는 어른이다 내 옆에는 역시 잘 모르는 할머니가
이래서 종교는 다들 같아야 해
새로 옮긴 묘에는 십자가가 새겨진 비석이 꽂혀 있다 아무래도 친할아버지 묘 같다 잘 모르는 묘다
내 옆에는 엄마 아빠도 없고 아마 멀리서 또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잘 모르는 일이고
분명 무당한테 갔다 왔어 무당이 묘 옮기는 날짜를 바꾸라 했겠지 그러면 딸내미가 대학 잘 간다고 안 그러면 꼭 오늘 하자고 그렇게 난리 난리 생난리를 피웠겠어
아마 동생은 아직도 차 안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처럼
그리고 나는
아직도 합장을 끝내지 않은 친척 어른을 바라보고 있다
그 아주머니가 비석 같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