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집
이렇게 추운 날에 며칠이나 브레카가 내려가 있었어. 거의 집에만 있는 사람이라 전기를 안 쓸 리가 없다고 오오야상가 경찰에 연락을 했대. 확인하니까 얏빠리 그렇게 됐더라고.
브레카가 뭐예요?
한국에도 있는 거. 두꺼비집.
박 씨는 밤거리를 운전해 가며 나에게 설명했다. 먼지 하나 쌓이지 않은 깔끔한 두꺼비집은 스위치가 내려가 있었다. 박 씨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주차해, 기자재를 제발 조용히 날라 달라고 우리에게 속삭였다. 처음 만난 외국인들이 발소리를 죽인 채 다 같이 승합차에서 내렸다. 박 씨는 조용히 집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사전에 집주인으로부터 받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
냄새 난다.
알 수 없는 썩은내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묵은 김치가 상해 가는 냄새 같았다. 어떻게 싫은 냄새는 꼭 한국 음식을 연상시킬까? 촘촘히 빈 캔과 도시락, 휴지 더미가 널부러져, 어디부터가 현관이고 어디부터가 방인지 알 수 없었다. 휘청거리며 나무 벽을 짚고 기댔는데, 싸늘한 벽이 미끈거렸다. 장갑에 싯누런 액체가 묻어 나왔다.
사장님, 저 갈래요.
가긴 어딜 가. 왔으면 못 나가. 현금 당일 지급하는 일이 그럼, 쉬울 줄 알았나?
입구에 허술하게 쳐진 폴리스라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온기 없는 방에는 라디오와 잡다한 물품이 쌓여 있었다. 한가운데만 조금 치워져 있고 코타츠가 펼져쳐 있었는데, 누군가 들어가 앉아 있었던 것처럼 이불 자국이 선명했다. 호기심과 기대를 반쯤 품고 알바 자리에 지원했던 나는 이미 자책하고 있었다.
이 집에서 살던 사람은 코타츠에 앉은 채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남은 사람의 상체는 물기 하나 없이 건조하고 깨끗했을 것이다. 문제는 코타츠 안에 들어가 있는 하체였다. 아마 코타츠에 누워 잠든 채로 죽은 뒤, 그대로 부패하다가 코타츠가 누전이 되었을 것이다. 두꺼비집은 당연히 내려갔다. 시신은 경찰이 인수해 간 상태였지만, 코타츠 안에 남아 있는 체액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단 테이블을 좀 듭시다.
오사카에 온 지 겨우 세 달 밖에 되지 않은, 나같이 일본어도 전혀 못 하고 경험도 적은 사람을 환영하는 알바 자리는 거의 없다. 아르바이트 구인 잡지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와 똑같이 일본어를 전혀 못 하는 한국인과 중국인, 대만인, 그리고 네팔인 남성이 힘을 합해 테이블을 들어 내자 이불 사이사이에 숨은 구더기들이 힘차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발음의 일본어로 여기, 저기를 속삭이며 좁은 방 안에서 코타츠를 옮기는 우리는 다국적 발레단 같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의 이름도 몰랐고, 그저 서툰 일본어 사이 사이로 나오는 모국어의 단어로만 상대방을 추측할 뿐이었다. 나와 똑같이 계속해서 잠깐, 잠깐, 하고 머뭇거리는 또 한 명의 한국인은 나에게 제일 무뚝뚝하게 대했다.
경찰이 인수해 간 시신의 하체는 엉망진창으로 짓물러 있던 것이 틀림없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새까만 체액을 닦고 있자니 마치 절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리가 썩은 좌불을 포장해서 도대체 어디로 데려 갔을지 궁금해졌다.
핏물이 적셔진 다다미를 들어 내고 구석구석의 구더기를 쓸어 담으면서,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는 돈을 모아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걸 기억해냈다. 몇 시간이 걸려서야 대부분의 잔해가 치워져, 그냥 이삿짐 센터처럼 가구를 옮기기 시작했다. 빈 캔과 도시락, 휴지 더미를 쓰레기 봉투에 채워 넣자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 몇 봉투나 밖으로 빼니 이미 아침이 밝아 있었다.
쓰레기 지층의 맨 아래에는 골판지나 종이 같은 게 퇴적되어 있었다. 종이마다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이상한 한자가 쓰여 있었다. 옛날식 와카(和歌)를 베껴 쓴 거라고, 그 종이 더미를 본 박 씨가 말했다.
5조 크기의 작은 방이 비워지자 벽지를 전부 뜯어내 다다미와 함께 밖으로 날랐다. 자외선 살균 소독기를 가동한 방 안을, 밖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보니 신기한 푸른빛으로 빛났다.
오늘은 여기까지, 사무소 가서 벤또 나눠줍니다. 박 씨는 우리가 실려 왔던 승합차에 다시 태우면서 말했다.
전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출근 시간 걸리기 전에 집에 잘 들어가. 학생은 워홀이지?
네.
한국에서는 뭐 했어?
대학 다니다가 왔어요. 사진 전공해요.
다국적의 발레단과 함께 냄새를 참으면서 차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 ‘어’의 발음이 어눌한 박 씨는, 요새 한국 대학은 사진도 가르치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 봤다. 작업복을 벗어도 풍기는 냄새가 마음에 걸렸다. 맨 손으로 코를 풀어 닦으니 벽에 묻어 있던 싯누런 액체와 비슷한 색깔의 콧물이 나왔다. 벽에 묻어 있던 것과 똑같은 것이다. 집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발을 내딛으며, 현금이 든 봉투를 꺼내 지폐를 세어 보았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