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배달부의 진실

끊임없이 각종 고지서가 집 앞에 쌓이는 걸 보면 아직도 우편배달부들이 활약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2020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도 고지서는 모두를 기억하지. 아직도 우편배달부들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까. 배달에 있어서는 같은 민족인 더 젊은 청년에게 맡겨도 되잖아. 업무 차 들렀던 우체국에서 한 직원은 송장 번호를 메신저로 받을 수 있다고 나에게 설명했고. 이제 종이로 영수증을 뽑지 않아도 되어요. 그러나 송장 번호가 결국 메신저로 오지 않아 나는 상사에게 혼났지

아직도 우편배달부들은 붉은 가방을 메고 다닐까. 아무도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도. 배달부가 아니라 집배원이라고 불러야 한다는데. 아무도 집배원이라고 부르는 걸 본 적이 없다. 아무도 이 동네에서 집배원을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아직도 송장 번호는 메신저로 오지 않았다

사실 우편배달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고 해

바야흐로 새벽배송의 시대. 아무도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도. 서울은 골판지 상자와 뽁뽁이의 쓰레기 더미에 덮여가고 있었고. 아직도 편지 하나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뽁뽁이로 포장해 주세요. 나의 어처구니 없는 요청에 우체국 직원은 답한다. 우편배달부가 소방관보다도 힘든 직종이에요. 이제는 오토바이 대신 전기차를 타게 될지도 모르죠. 소식을 전하는 일이 불을 끄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는데.

전기차가 뽁뽁이로 포장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걸 보면 아직도 우편배달부들이 활약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아무도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않기 때문에

(2019)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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