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뼈
병탁이 엉덩이에 구멍이 생겼다.
귀 뒷쪽이 부글부글 끓는 듯 하던 지난 여름이었다.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나 기저귀를 내렸을 때 나는 새벽잠이 확 달아났다. 병탁이 항문에서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큼 뒤쪽에, 붉은 구멍이 생겨 있었다. 나는 배냇똥으로 엉망진창이 된 병탁이 엉덩이 사이를 물티슈로 대충 닦고 살펴 봤다. 구멍은 팥알보다도 작은 크기에, 주위에 주름이 져 있었다. 초록색 대변 속에서 빛나는 이상한 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병탁이는 다시 울 것 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황급하게 뒤처리를 한 뒤, 새 기저귀를 채우고 겉싸개를 여몄다.
동네 소아과에 연락하여 사흘 뒤 저녁에야 내원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배달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달리는 인도를 지나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병탁이는 포대기에 싸여 땀을 뻘뻘 흘리며 칭얼대었다. 그래서 뭐래? 의사가. 병원에서 돌아 오니 퇴근한 남편은 라면을 끓여 먹으며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병탁이 꼬리뼈가 덜 퇴화되어서, 꼬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래. 그 날 남편은 기껏 끓인 라면을 냄비에 그대로 남기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병탁이의 몸집이 커져 가는 동안, 꼬리뼈가 덜 퇴화해서 남은 구멍은 날이 지날수록 점점 크고 단단해져 갔다. 이러다 어느 날, 이 구멍에서 쀽 하고 진짜 꼬리가 튀어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유모차는 어떤 자세로 태워야 할 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자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땐 귀엽다고 생각했던 몽고반점도, 등을 다 덮고 있는 거무스름한 괴물 얼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병탁이가 좀 더 크면, 박쥐 이빨 같은 유치가 나는 것 아닐까? 사춘기가 오면 고환이 두 쌍 생길 수도 있잖아? 배냇똥 냄새와 베이비 파우더가 섞인 역한 냄새가 코 안에 찝찝하게 남을 때마다, 중세 시대의 판화에서나 나올 법한 악마 같은 모양새의 십대 아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들을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인터넷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예쁘장한 이름을 지어 주고 싶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서우’라던가 ‘정빈’이라던가 ‘은성’ 같은 이름 말이다. 남편 집안의 항렬자를 넣은 이름을, 어머님께서 작명소에 가서 받아오셨을 때는, 족보에만 그 이름으로 넣고 호적에는 다른 이름으로 올리면 안 되냐고 남편에게 부탁해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낳은 아들 이름은 ‘김병탁’이 되었다. 서우나 정빈이는 꼬리 없이 잘 클 것만 같다. 은성이는 아직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소가죽 로퍼가 잘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병탁이는 징그러운 꼬리가 자랄 것이고, 나는 방과 후 활동에서 수영을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를 아이에게 설명하려고 애를 써야 할 것이다.
나는 병탁이 기저귀를 갈 때마다, 엉덩이의 구멍에 면봉을 살며시 끼워 보기 시작했다. 면봉의 조그만 머리는 반쯤 들어가다가 막혔고, 나는 엉덩이에 낀 이물질을 제거해 준다며 그 주름을 살살 후벼 파곤 했다. 면봉의 한쪽 머리로는 이물질을 빼내고, 다른 한쪽 머리로는 보습크림을 발라 줘야지. 하지만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구멍을 쑤시기 시작하자, 작은 상처가 나 피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주름 사이로 누렇게 일어나는 각질을 손으로 쥐어 뜯기도 했다. 피딱지가 가려워 울기 시작하는 병탁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기며, 나는 계속해서 면봉을 쑤셔 넣었다. 면봉을 쑤시면 쑤실수록, 구멍 속에 잠자고 있는 꼬리가 점점 더 안쪽으로 들어갈 것처럼 말이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