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

선생님 왼쪽 팔이 너무 아파요
(팔꿈치 밑으로 전부 다 쓰라림)
(왼팔 정상 중지에는 연필을 쥐어서 굳은살)

거울에 왼팔을 비춰 볼게요 자릅니다 의사 선생님의 치아 두줄이 부딪히며 팔이 잘리는 소리 슥 삭
이제 환자님이 직접 톱을 들고 자를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 전 원래 왼손잡이인데요
이대로 팔을 자르면 다음부터 연필을 어떻게 쥐면 될까요

왼팔이 없으니까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겁니다 이제 아프다 아프다 내내 갈겨 쓰지 마세요

나는 매일 아침 이미 잘리고 없는 왼팔을 매달고 출근한다 사무실에 앉아 몸을 고정시키고 타자 연습 하늘 위에서 줄줄이 내리는 거머리 애닮픔 빗방울 어영부영처럼 진화해 버린 인간에게 맹장이 필요치 않은 것처럼

(2020)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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