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자

열심히 살자 여기가 런던인 것처럼
열심히 살자 자한당원들 사이의 이국종 선생처럼
열심히 살자 거대 멜라니아 트럼프 조각상처럼
열심히 살자 경기를 일으키듯이 귀엽다고 일본어로 외친 에이브릴 라빈처럼
열심히 살자 서기 2000년이 다시 온 것처럼
열심히 살자 조용히 살고 싶은 것처럼
열심히 살자 살만한 고시텔이라고 이름 붙인 한 건물주처럼
열심히 살자 꾸준히 휴지통에 가래침 뱉는 아저씨처럼
열심히 살자 빨리 준비하라 돈좀 쓰자 팍팍!
열심히 살자 예상보다 9% 빠른 우주의 팽창속도처럼
열심히 살자 엉망과 진창처럼
열심히 살자 용도불명의 거대한 구멍처럼
열심히 살자 퀵성공 노헛소리!
열심히 살자 여기저기 잘려진 채 길에 버려진 피임약처럼
열심히 살자 인생대탐험 인생대좌절!
열심히 살자 육아에 지쳐 분노를 느끼는 천재 시인처럼
열심히 살자 엉덩이가 무거운 호박벌처럼
열심히 살자 관광을 강간이라고 발음할 수 밖에 없는 갱상도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자 평생 모욕만 받고 산 것처럼
열심히 살자 항상 빡센 것처럼
열심히 살자 항상
빡센 것
처럼

심히 살


(2020)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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