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린다 리디아
그 똑같은 이름에, 여기 어학원 강사가
누군가가 로라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라졌어
모래로 채운 욕조 안에서
로라
가 아니라 린다 아니었을까?
그 똑같은 이름의 어학원 강사
로라의 얼굴 사진과 아일랜드 국기가 어학원 로비에 걸려 있다
린다
가 아니라 리디아였어 그 사람은
린다는 가슴이 크다고 학생에게 안 좋은 말을 들었다 그것 때문에 휴게실에서
울던데
리디아
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휴게실에 빼곡하게 모인 다국적의 우리는
리디아의 이름을 다시 기억하려 애쓰고
어쨌든 나와 똑같은 이름은 아냐 비슷하지만 달랐을 거야
로라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모래로 채운 욕조 안에서
사라진 동료에 대해
(2019)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