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멋없는변명이제일효과적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잘 지낼 거야 주위에서 칭찬도 듣겠지 그래도 단둘이 있는 시간 대부분은 무서울 정도로 지루해질 것이고

춤을 추러 나가볼까
등산을 할까
교회는 맘에 안 들어 그럼 오리배를 타 볼까
서로 머릿속 한 켠에서 이딴 꿍꿍이를 할지도

춤을 추러 나가면 너보다는 못생긴 아저씨들이 너보다도 살이 쪄서 자기 부인이 손빨래 해 준 팬티를 입고 탱고를 추려고 하겠지 탱고가 어느 나라에서 온 춤인지도 모르면서

그러면 나는 그 안에서 고르고 골라
너와 조금 비슷하거나 더 잘생긴 아저씨를 찾겠지 그러고는 내가 곧 리듬 속에서 그 아저씨의 팔에 뱅
그르르 돌 때

조금 벗겨진 그 아저씨의 뒤통수를 눈치채고

죄송해요 집에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촌스러운 신데렐라 같은 변명을 하며 불륜녀1은 회장 밖으로 도망친다

그러면 불륜남1은 조금 벗겨진 뒤통수를 긁다가
집에 돌아가 팬티를 벗고 잠이 들고 불륜남1의 아내는 똥이 말라 붙은 팬티를 새벽에 빨아 대고 있겠지 얼굴도 모르는 나를 욕하며

그러면 또 나는 세상에서 제일 신비로운 신데렐라가 된 것 같고 그 신데렐라는 너의 뒤통수를 다시금 확인하면서
좋아
우리는 아직도 잘 지내는구나
안심하며 팬티를 벗고 잠이 들고

(2019)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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