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은 영상과 드로잉, 가변 설치, 글쓰기를 통해 사회적 고립, 기술 발전, 신체 정치학과 노동에 대해 탐구하고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Jooyeon Lee studies and audio-visually composes about social isolation, technological progress, body politics and labour through moving images, drawings, installations and writings.



MORE
CV
Email
가족과 영화 Families and Movies



Selected writings, 2020-2022
김광석

아빠는 김광석을 좋아했어 그래서 아빠는 나쁜 사람이다
아빠는 아주 오래전에 죽은 젊은 가수의 노래를 장기 대여한 차 안에서 틀어대면서 한숨을 쉬고 한숨을 쉬기 전에는 나한테 쓴소리를 했고 나한테 쓴소리를 하기 전에는 엄마한테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짜증을 냈고 할머니한테는

아빠는 할머니한테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우리 가족이 차 안에서 억지로 김광석을 듣기 전 그 날 낮에는 회사 동료를 차에 태워 이번에 차를 새로 뽑았다고 이건 리스가 아니라 새로 뽑은 차라고 아마 그 회사 동료는 젊은 여자였을 것이고

그러고는 김광석의 노래를 크게 틀면서 슬프고 아쉬운 노래라고 했지

또 그러고는 카 오디오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지 않냐고 물었지. 그 카세트 안에 들어 있던 노래를 전부 다 작은 공연장에서 녹음한 거잖아? 그렇지 않아?

아빠는 나쁜 사람이다 아주 오래 전에 한 젊은 가수가 죽었을 때도 똑같이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죽었을 때도
엄마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도 내가 과속 중인 아빠의 차 안에서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한 때도
슬프고 아쉬는 노래를 틀어나 대고
장기 대여한 차의 카 오디오를 자랑하기 위해 리스가 아니라 새로 산 거라고 거짓말 하기 위해

아빠는 김광석을 좋아했어 가끔씩 그의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울기도 했지 그래서 아빠는 나쁜 사람이다
통기타를 치며 다 쉰 목소리로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하고, 그 불쌍한 사람이 노래하는 동안
아빠는 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치잖아 슬프고 아쉬운 노래를 집중해 듣기 위해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