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아빠는 김광석을 좋아했어 그래서 아빠는 나쁜 사람이다
아빠는 아주 오래전에 죽은 젊은 가수의 노래를 장기 대여한 차 안에서 틀어대면서 한숨을 쉬고 한숨을 쉬기 전에는 나한테 쓴소리를 했고 나한테 쓴소리를 하기 전에는 엄마한테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짜증을 냈고 할머니한테는

아빠는 할머니한테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우리 가족이 차 안에서 억지로 김광석을 듣기 전 그 날 낮에는 회사 동료를 차에 태워 이번에 차를 새로 뽑았다고 이건 리스가 아니라 새로 뽑은 차라고 아마 그 회사 동료는 젊은 여자였을 것이고

그러고는 김광석의 노래를 크게 틀면서 슬프고 아쉬운 노래라고 했지

또 그러고는 카 오디오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지 않냐고 물었지. 그 카세트 안에 들어 있던 노래를 전부 다 작은 공연장에서 녹음한 거잖아? 그렇지 않아?

아빠는 나쁜 사람이다 아주 오래 전에 한 젊은 가수가 죽었을 때도 똑같이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죽었을 때도
엄마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도 내가 과속 중인 아빠의 차 안에서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한 때도
슬프고 아쉬는 노래를 틀어나 대고
장기 대여한 차의 카 오디오를 자랑하기 위해 리스가 아니라 새로 산 거라고 거짓말 하기 위해

아빠는 김광석을 좋아했어 가끔씩 그의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울기도 했지 그래서 아빠는 나쁜 사람이다
통기타를 치며 다 쉰 목소리로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하고, 그 불쌍한 사람이 노래하는 동안
아빠는 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치잖아 슬프고 아쉬운 노래를 집중해 듣기 위해

(2020)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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