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울리는

막차를 타는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겅중겅중 뛰어 올라간다. 에스컬레이터가 아무리 빨라도 떠나가는 막차보다는 느릴 뿐. 음식을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는 신호등이 바뀌기 전에 엑셀을 돌리고. 공원을 맴도는 아이에게 쌓여 있는 낙엽은 모닥불. 쓰레기차가 낙엽을 수거해 가기도 전에 반쯤은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미화원은 검고 축축한 봉투를 미심쩍게 들어올린다. 에스컬레이터를 겅중겅중 뛰어 올라가던 발걸음 소리. 발걸음 소리에 답하는 오토바이의 모터 소리. 낙엽은 모터 소리에 흩어져 불이 꺼지고. 쓰레기차는 터널을 향해 달린다. 바퀴의 마찰음은 이내 휘파람으로 바뀌고 또 다시 귓속의 이명으로. 자꾸 누군가가 귀를 누르는 것처럼 먹먹해요. 스트레스 때문이겠죠. 막차를 타는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더 빨라지기를 원치 않는다. 오토바이 라이더는 신호등이 바뀌는 시간이 더 빨라지기를 원치 않는다. 공원을 맴도는 아이의 모닥불은 꺼진다. 아이는 밤 늦게 공원을 맴돌지 않아도 된다. 검고 축축한 봉투를 굳이 열어서 확인해 볼 필요는 없다. 새벽이 끝나지 않아 아직 여기에는 할 일이 많기 때문에

(2019)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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