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박수 박수

아주 예전에
노이즈 뮤지션과 레이블 사장과 바 운영자와 기타 잡스런 직종 글을 쓴다는 사람 건축과 대학원생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백수 영웅에게 박수 박수
들이 몰려 라이브 뒷풀이를 즐기는 곳에 합류했다 나는 그 모임에서 제일 어리고 제일 시끄러운 사람

퓨어 헬을 모른다고? 퓨어 헬은 흑인 밴드라서 역사 속에서 완전 잊혀졌어 야 너는 네이팜 데스가 어느 나라 밴드인지도 몰랐잖아. 원래 막 비꼬는 가사는 흔한 거예요 한국에서 하던 사람이 별로 없어서 밤섬이 뜬 거지. 영웅에게 박수 박수 밤섬 3인조 시절에 기타 치던 게 누군지 알아? 거기서 무그를 엄청 싸게 팔고 있어요 MPC 같은 것도 있고요 뭐 여러가지 많죠. 요새 트렌드는 맥북 하나 놓고 음악을 트는 거라는데 그렇게는 안 할 거야? 카라오케 카트리지를 분해해서 음악을 하고 이런 게 더 간지나긴 할 텐데 (때는 2013년이었고 카라오케 카트리지를 분해하는 건 더 이상 간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지?
누군가의 친구가 아닐까?

가장 체구가 작은 한 남성 여드름도 나 있고 안경을 쓰고 있다 누군가의 친구라기보다는 동생이 아닐까 생각이 들 때 영웅에게 박수 박수

바 운영자가 매일 아주 아름다운 여성 두 분이 칵테일을 주문하러 오는데 이 둘이 커플인 것 같다는 이야기에 대해 자기 회사에 레즈비언 커플로 구성된 팝 듀오를 영입하려 한다는 레이블 사장의 이야기를 사랑 가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노이즈 뮤지션이 끊으며 영웅에게 박수 박수 그런데 어떻게 오셨어요? 말을 붙였고 그 체구가 작은 남성은 건축과 대학원생의 고교 동창 친구라고 한다

아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하시지요? 저는 노이즈 음악을 해요

제 공연을 보셨나요? 뮤지션은 자신의 공연을 봤다며 주억거리는 남성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넨다 영웅에게 박수 박수 마치 노이즈 음악으로 생활비를 전부 다 벌 수 있다는 것처럼

그런데 무슨 일을 하시지요? 끼어들어 묻는 나에게 체구가 작은 남성은 대답한다.
저는 소방관입니다.
나는 실실 웃으며 답한다. 에이 거짓말 거짓말이지요?

자기가 소방관이라고 주장하는 체구가 작은 남성은 오른팔을 들어 깁스를 보여 준다.
지난주에 다쳤어요.

나는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손뼉을 치며 소리친다 와 영웅에게 박수 박수! 다들 웃으며 영웅 영웅에게 박수 박수를 쳤고 나는 다들 대충 취했다는 것에 내심 안도했다

영웅 영웅에게 힘차게 박수 박수 짝짝짝!

체구가 작은 소방관은 안경을 왼팔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들지 못한다 박수 박수 짝짝짝의 영웅은 얼굴이 빨개지고

요새는 우편배달부가 소방관보다도 일이 힘들다지만 음식 배달 라이더가 소방관보다도 일이 더 위험하다지만 소방관은 시민을 지키는 영웅이지요 맞아요 영웅에게 박수 박수 바 운영자 레이블 사장 노이즈 뮤지션이 서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영웅이라고 하고 곧바로 다시 바 운영자가 요새 개발 중인 칵테일 메뉴로 모임의 관심사는 옮겨간다 영웅에게 박수 박수

소방관은 지난주에 시민을 구하다가 다쳐서 오른팔에 깁스를 했고. 그 시민은 바에 칵테일을 마시러 갈 것이고 영웅에게 박수 박수 그러면 바 운영자는 시민의 흥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신메뉴를 개발하겠지. 그 돈을 가지고 다시 술을 마시러 나온 우리들. 노이즈 뮤지션은 노이즈 음악만으로는 술을 마실 돈을 다 벌지 못할 텐데 여기는 어떻게 나왔을까. 영웅에게 박수 박수 이 동그라미 속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고.

내 역할은 단순하다 그저 큰 소리로 와 영웅에게 박수 박수! 하며 짝짝짝 분위기를 돋구는, 이 모임의 젊은 피를 맡은, 바보 같고 부끄러운 사람 저는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소방관이 말을 흐리면서 일어날 때도 나는 박수 박수! 라고 대답하고픈 심정이었고

노이즈 뮤지션과 레이블 사장과 바 운영자와 기타 잡스런 직종 글을 쓴다는 사람 건축과 대학원생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백수 영웅에게 박수 박수

들은 다시는 그 소방관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 그 체구가 작고 안경을 쓴 남성을 나 또한 그 모임에 다시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2019)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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