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어쩌면 어쩌면 정각이 있어. 줄지어 누운 것들이 잠을 설치잖아. 카레우동을 롤롤롤 먹으면 면을 빨아 올릴 때마다 티셔츠 위로 노란 거품이 터지고

롤롤롤 도공도공 동동동

네가 그랬잖아 거품이라는 단어가 품 하고 터진다고 거품은 터지는 소리에 맞춰 정해진 단어다

우리 안전한 단어를 정해야겠어. 거품 같이 위험한 단어 말고. 병아리 심장 빨강 껍데기 병아리의 눈

병 속에서 아이들이 반짝이고 있잖아요. 송곳이 좌우로 촘촘히 엮여 있다고요. 한 신사에 잠들어 있는 인형이 춤을 추는 걸 보았는데요 그 인형은 사람 피부로 만들었대요 인형에 젖을 준 유모의 쪼그라든 가슴에 지푸라기를 넣어 채웠대요 그 가슴 피부를 잘라내어 인형을 만들었다고 유모의 가슴이 품 하고 터지고 말았대요. 아이고 일본 사람들은 잔인한 이야기를 잘도 만들지

사실은 꿈 속에서 봤어요
꿈 속에서 아빠가 언덕을 몇 개나 넘고 있었는데요 결국에는 굴러 떨어져 머리가 품 하고 터졌대요

귓속에서는 화산이 끓는 소리가 들리고. 롤롤롤 도공도공 동동동. 화산 거품이 터질 때

네가 그랬잖아 그 영화에서 한 아이가 발코니에 서서 밤에게 묻는다고
거기 있으면 나와라
달이 눈을 돌려 감을 때
거기 있으면 나와라

매일 생각들이 터진다 품품품 하고

놀러갈게 놀러갈게
이쯔모 놀러갈게

롤롤롤 도공도공 동동동. 타자가 굴러가는 소리에 맞춰
거품은 터지는 소리에 맞춰 정해진 단어다

(2020)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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