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이모는 아침마다 미역국을 끓이고
갈치를 칼치라고 부르고
전을 찌짐이라고 부르고
우리 엄마를 순서이라고
우리 아빠를 동포 서방이라고
그리고 나를 문디 가스나라고 부른다

그리고 알로에는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모는 매일 미숫가루를 물에 타 나에게 먹이고
공장에서 부품을 떼와 삼색 볼펜을 조립하고
일주일에 한 번 당신 남편의 지체장애인 남동생을 목욕 시킨다

그러고는 우는 나를 앉혀 놓고 잡지에 낙서를 한다
새하얀 모델의 치아에 썩은 이를 뺨에는 꿰맨 상처 자국을 이마에는 주름살을 코피와 머리 땜빵과 귓털과 뱃살과 무좀 걸린 발
이모부가 옆방에서 무좀 양말을 신은 채 낮잠이 들었다
이때 문논선씨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보인다

흉부에 귀를 기울이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모 훙부가 뭐야
훙부가 아니라 훙부.
훙부?
아니 훙부.



나는 이모의 가슴에 귀를
벽의 낙서
부엌에서 끓고 있는 생선조림
오늘도 따뜻함

(2022)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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