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은 영상과 드로잉, 가변 설치, 글쓰기를 통해 사회적 고립, 기술 발전, 신체 정치학과 노동에 대해 탐구하고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Jooyeon Lee studies and audio-visually composes about social isolation, technological progress, body politics and labour through moving images, drawings, installations and writings.



MORE
CV
Email
가족과 영화 Families and Movies



Selected writings, 2020-2022
이모

이모는 아침마다 미역국을 끓이고
갈치를 칼치라고 부르고
전을 찌짐이라고 부르고
우리 엄마를 순서이라고
우리 아빠를 동포 서방이라고
그리고 나를 문디 가스나라고 부른다

그리고 알로에는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모는 매일 미숫가루를 물에 타 나에게 먹이고
공장에서 부품을 떼와 삼색 볼펜을 조립하고
일주일에 한 번 당신 남편의 지체장애인 남동생을 목욕 시킨다

그러고는 우는 나를 앉혀 놓고 잡지에 낙서를 한다
새하얀 모델의 치아에 썩은 이를 뺨에는 꿰맨 상처 자국을 이마에는 주름살을 코피와 머리 땜빵과 귓털과 뱃살과 무좀 걸린 발
이모부가 옆방에서 무좀 양말을 신은 채 낮잠이 들었다
이때 문논선씨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보인다

흉부에 귀를 기울이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모 훙부가 뭐야
훙부가 아니라 훙부.
훙부?
아니 훙부.



나는 이모의 가슴에 귀를
벽의 낙서
부엌에서 끓고 있는 생선조림
오늘도 따뜻함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