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밥

차라리 개미를 먹겠다
짓이기면 조그만 점만 남는 불개미여도 좋고 깨진 머리와 아직도 움직이는 다리가 선명한 왕개미여도
아빠가 억지로 내 입에 욱여 넣은 양반김과 밥보다는

우리 가족여행으로 중국 갔었을 때 기억나? 거기 사람들은 지네 꼬치를 먹었던 것 같아 우리가 맛없는 한식당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한식당에서 콩나물만 뒤적이던 내 눈에는 냄비에 버무린 채 바닥에 놓아 둔 음식물 쓰레기가 계속 보이고 결국엔 입맛이 없다고. 그런데 한국인 사장이 그 냄비를 우리 테이블 버너 위에 올렸어 동태찌개라고

광저우에서 동태는 어떻게 구했을까
그 개미보다도 지네보다도 못한 한국인 사장이

차라리 쥐를 먹겠다
고름이 흘러나오는 가죽을 벗겨서 깡마른 다리를
내가 시리얼을 먹을 때마다 엄마가 코앞에 내려놓던 묵은지보다는
노인의 고불고불한 흰머리가 나오는 학교 앞 식당 제육볶음보다는
어린 동생이 웃으면서 쪽쪽 빨아먹던 생선 눈알 성추행을 일삼던 대학 강사가 자랑스럽게 주문한 홍어보다는

이러느니 차라리 내 손가락을 먹겠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인 밥상 앞에서 나는 울면서
외쳤고
아빠는 내 입에 억지로 양반김과 밥을

애한테 이렇게 밥을 먹이는 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다 섞어 먹는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후회할 것이다.

(2020)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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