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

원래는 너와 더 친해지지 않으려 했어. 네가 병원에서 전화를 걸기 전까지는
네가 병원에서 전화를 걸어서 자기를 보러 와 달라고
네가 병원에 신부님을 데려와 달라고
내가 너를 너라고 부르고 당신이라고 부르지 않고. 내가 너의 이름 대신 성을 부르고

이름 부르기 싸움 속에서 나는 소년병 1호
훨씬 나이 많은 병사들이 뒷줄에 서 있는데

병원 면회실에서 신부님과 함께 기도하고 탕수육을 먹었지. 연필이며 펜을 소지할 수 없어서
심심하다고. 할 수 있는 게 탁구 밖에 없다고. 지루하다고. 신부님이 말씀하셨어. 주님이 보살펴 주시고 계시다고

소년병 1호의 몸값은
곤란으로도
고통으로도
걱정으로도
너의 전장에 소년병 1호로 나가기에 나는 겨우

누군가 너를 따라오면 뒤를 돌아보지마 영화 속 밥 딜런처럼*

*Belle and Sebastian, Like Dylan In The Movies

(2022)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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