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부터 4월 15일까지

2월 26일 월요일
손바닥 크기의 쓰레기를 버립니다.
그것과 닮은 자연물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2월 27일 화요일
화요일입니다. 화재가 날 만한 쓰레기를 버립니다.
그 쓰레기가 밤 들판에서 불타고 있는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

2월 28일 수요일
쓰레기봉투 하나를 버립니다.
그 내용물과도 같은 사람을 그려 봅니다.

3월 1일 수요일
엄청 가벼운 쓰레기를 찾아서 버립니다.
그 쓰레기는 왜 그렇게 가벼웠나요?

3월 2일 금요일
표면이 재미있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그 쓰레기와 반대의 느낌이 드는 표면을 가지고 있는 쓰레기를 찾아 버립니다.

3월 3일 토요일
쓰레기 봉투 하나를 버립니다.
그 봉투의 무게는 어땠나요? 같은 무게의 동물을 상상해 봅니다.

3월 4일 일요일
작동하지 않는 무언가를 버립니다.
그 쓰레기는 왜 작동이 되지 않게 되었나요?
(여기까지 끝냈다면, 벽에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 포스터를 붙여 봅니다.)

3월 5일 월요일
꿈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쓰레기에게, 여행 마중을 나가 줍니다.
그 쓰레기가 어떤 여행을 할 지 상상해 봅니다.

3월 6일 화요일
1개월 이내에 입을 계획이 없는 옷을 조금 고릅니다.
근처의 중고 옷가게에 들고 가서 팔아 봅니다.

3월 7일 수요일
쓰레기 봉투 하나를 버립니다.
쓰레기 봉투의 비닐은 왜 그렇게 생긴 것일지 생각해 봅니다.

3월 8일 목요일
엄청 무거운 쓰레기를 버려 봅니다.
그게 대체 왜 집에 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3월 9일 금요일
부엌이나 냉장고 안에서, 절대로 안 먹을 것 같은 것을 찾아 버립니다.
그 뒤, 집에서 먹고 싶은 걸 생각해 봅니다.

3월 10일 토요일
쓰레기 봉투 하나를 버립니다.
그 쓰레기에서 뭔가 자라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봅니다.

3월 11일 일요일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버립니다.
왜 벽에 뭔가를 붙이고, 다시 버리는지 생각해 봅니다.
(여기까지 끝냈다면, 부엌에 커피나 차를 사서 넣어 놓습니다)

3월 12일 월요일
티슈를 전부 모아 봅니다.
그걸 하나의 쓰레기 봉투에 다 넣습니다.

3월 13일 화요일
담배꽁초를 전부 모아 봅니다.
모은 담배꽁초를 하나의 쓰레기 봉투에 모아서 담아 봅니다. 어떤 모양새인가요?

3월 14일 수요일
티슈를 모은 쓰레기 봉투와, 담배꽁초를 모은 쓰레기 봉투를 같이 버립니다.
티슈와 담배꽁초는 어떤 관계를 가진 것들입니까? 생각해 봅니다.

3월 15일 목요일
제일 중요한 것을 버립니다. 그건 뭘까요?

3월 16일 금요일
똑같은 물건이 두 개 이상 있는 것을 버립니다.
왜 같은 물건이 두 개나 있나요?

3월 17일 토요일
쓰레기 봉투를 하나 버립니다.
그 내용물과 제일 닮은 쓰레기를 모아 봅니다. 그러면 내용물이 닮은 쓰레기 봉투 두 개가 생깁니다.
이 두 개의 쓰레기 봉투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3월 18일 일요일
쓰지 않는 가전이나 가구를 버립니다.
대형 쓰레기를 버리는 법을 수속해 보고, 무엇을 버리고 싶은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봅니다.
(지난 주에 사 놓은 커피나 차와 같이 먹고 싶은 걸 사 와서 집에서 먹습니다. 그 커피나 차를 다 마셨다면, 다른 종류의 것을 사서 넣어 놓습니다.)

3월 19일 월요일
골판지를 찾아 봅니다.
그 골판지는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나요?
그 골판지로 바벨탑을 쌓아 봅니다. 바벨탑은 완성이 되지 않는, 불가능한 탑입니다. 완성하기 전에 버려 버립니다.

3월 20일 화요일
또 화요일입니다. 화재가 날 법한 쓰레기를 버립니다.
왜 처음부터 화재가 날 법한 물건이 집에 있었나요?

3월 21일 수요일
내용물이 아직 남아 있는 캔이나 병을 찾아서, 그 안의 물을 전부 버립니다.
그 뒤, 캔은 캔끼리, 병은 병끼리 모읍니다.

3월 22일 목요일
일주일 전 버렸던 제일 중요한 물건이 없어서, 생활에 영향을 끼친 바가 있나요?
무슨 영향을 끼쳤나요? 영향이 없었다면 그건 왜인가요?

3월 23일 금요일
‘또 살 수 있는 쓰레기'와 ‘두 번 다시 살 수 없는 쓰레기'를 하나씩 찾아서 버립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3월 24일 토요일
‘쓰레기 인간 필수품'을 모아서 하나의 쓰레기 봉투에 모아 넣습니다.
‘쓰레기 인간 복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느낌으로 버립니다.
안에는 뭐가 들어 있었나요?

3월 25일 일요일
해처럼 빛나는 물건, 더 이상 빛나지 않는 물건을 모아 봅시다.
왜 빛나고, 왜 더 이상 빛나지 않을까요?
나중에 제대로 버릴 수 있도록 분류해 놓습니다.
(여기까지 끝냈다면, 봄이 왔으니까 꽃이나 식물을 사서 집에 꽂아 놓습니다.)

3월 26일 월요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예쁜 물건을 집 안에서 찾아서 버려 봅니다.
왜 이것을, 누구에게 주고 싶은지 생각해 봅니다.
혹시 그런 물건이 없다면, 그건 왜였는지 생각해 봅니다.

3월 27일 화요일
방에 있는 게 정말 싫은 물건을 찾아서 제일 바보 같은 방법으로 버립니다.
방에서 던지거나, 거리에 버리거나, 친구에게 택배로 보내 봅니다.

3월 28일 수요일
쓰레기 봉투 하나를 버립니다.
혹시 그 안에 있었던 쓰레기가 뭐였는지 기억하고 있나요? 그건 뭐였을까요?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월 29일 목요일
나무에서 태어난 쓰레기를 찾아서 버립니다.
왜 나무가, 물건이 되어서, 쓰여져서, 버려지게 됐는지 생각해 봅니다.

3월 30일 금요일
바닥에 있으면 위험할 것 같은 물건을 버립니다.
왜 그게 바닥에 떨어져 남아 있게 되었나요? 생각해 봅니다.

3월 31일 토요일
3월이 끝났습니다. 전날 산 꽃이나 식물은,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요?
죽었다면, 쓰레기 봉투 안에 넣습니다.
죽지 않았다면, 그 꽃이나 식물의 친구가 될 법한 걸 사서 장식합니다.

4월 1일 일요일
거짓말쟁이가 되어도 좋은 날입니다.
지금 방과 완전히 상태가 다른 방을 상상해 봅니다.
그 방을 상상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 봅니다.
(여기까지 끝냈다면, 자고 싶은 이불의 모양새나 색을 상상해 봅니다.)

4월 2일 월요일
가로, 세로 약 30cm의 공간에, 먼지 하나 없도록 청소해 봅니다. 쓰레기는 쓰레기 봉투에 제대로 넣습니다.
그 공간에서 뭔가 나왔습니까? 그 깨끗한 공간은 어떻습니까?

4월 3일 화요일
화재가 날 법한 물건을 버립니다.
애초에 화재가 날 법한 물건을 모으지 않을 방법을 연구해 봅니다.

4월 4일 수요일
현재 방의 설계도를 그려 봅니다.
그러기 위해, 종이를 놔둘 공간이 필요합니다. 전날의, 아무것도 없는 가로 세로 30cm의 공간을 씁니다.

4월 5일 목요일
필요한 가구를 사기 위해 그 정도 크기의 쓰레기를 버립니다.
어떤 가구가 좋을지 생각해서, 가격이나 브랜드를 찾아 봅니다.

4월 6일 금요일
창문까지, 평범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듭니다. 발치에 걸리는 쓰레기는 전부 쓰레기 봉투에 넣습니다.
그렇게 창문까지 가서, 창문을 열어 풍경을 봅니다.

4월 7일 토요일
제일 더러운 쓰레기를 모아서, 싫어하는 사람에게 보냅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가 보냈다는 것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4월 8일 일요일
미래에 살고 싶은 방의 설계도를 그려 봅니다.
설계도를 그리는 데, 저번에 치워 두었던 가로 세로 30cm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써 봅니다.
혹시 그 공간이 없어졌다면, 그건 왜일까요?
(아직도 이 공간이 남아 있다면, ‘방에 놀러 온 친구를 위한 공간'이라고 이름을 짓습니다.)

4월 9일 월요일
읽지 않는 책을 전부 정리해서 한 번 더 바벨탑을 만들어, 헌책방에 팔아 봅니다.

4월 10일 화요일
자기 전, 제일 눈에 띄는 쓰레기를 찾아 버립니다.
그 쓰레기가 있던 때랑 없을 때, 수면의 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4월 11일 수요일
방에 모여 있는, 쓰레기가 만들어낸 먼지를 치우면서, 쓰레기가 쌓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지 생각해 봅니다.
먼지를 모아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버립니다.

4월 12일 목요일
이불을 버리고 새 이불을 삽니다.
이제는 대형 쓰레기는 버리는 절차를 알고 있으니까, 그대로 이불을 처리합니다.

4월 13일 금요일
매일 필요한 음식 리스트를 짜 봅니다.
그걸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청소합니다.

4월 14일 토요일
부끄러워서 잊고 싶은 것을 버립니다.
그게 기억이나 생각이라면, 이 밑에 써서 생각을 털어버립니다.

4월 15일 일요일
여기까지 했다면, ‘방에 놀러 온 친구를 위한 공간'이 꽤 커져 있을 겁니다. 친구를 불러서 집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어 봅니다.

(2018)


이주연은 사회적 고립, 국경을 넘는 친밀감, 노동 불안정, 기술 발전, 산업 독성학과 몸 정치학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논픽션 무빙 이미지를 연출한다.

Jooyeon Lee works with analytical yet poetic non-fiction moving image with expansive research and interviews to capture urban alienation, intimacy across borders, labour precarity, technological progress, industrial toxicology and bod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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